the Answer -2-
우와, 저 블로그에 뭐 ~2 이렇게 적는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아니, 분명 건담 할 때는 이것저것 적긴 했지만, 그땐 너무 좋아서 초 하이텐션으로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했었던 그런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그랬었지만, 지금은 이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라 이게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일단은 한 번 올려봅니다.
요- 요요 앞에 어딘가에 1편이 있을 거예요. 앞부분이 약간 수정이 되었으니 앞부분까지 같이 올려볼까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이게 끝이 난 것도 아니고 길이도 애매하게 길어서 부담스럽더라고요? 제 글은 아무래도 빽빽하고 엔터도 거의 없고 해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문단마다 엔터를 집어넣고 대사 앞뒤로 엔터를 넣자니 그것도 제 스타일엔 참 안 맞더라고요. 무척 불친절한 타입입니다. 그래도 "엔터를 조금 넣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면 넣겠습니다! 그러니 보기 불편하시면 말씀해주세요.
토요일 오전, 머리 위로 무거운 구름이 턱을 걸친 날이었다. 키레는 안나의 집을 향해 뛰었다. 마음이 급했다. 소년이 발견한 거대한 할퀸 상처의 흔적은 아직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기억에도 없는 상처는 그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날까지 그 상처를 어떻게든 메워야만 했다. 무엇으로, 무엇으로 메워야만 한단 말인가. 어쨌거나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야만 했다. 소년은 힘 닿는 데까지 뛰었다. 그의 조바심을 비웃듯 어디나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 그의 감각을 흩트렸다.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호흡을 정리하고 감각을 재정비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의 목에 걸려있던 십자가 팬던트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니콜!"
"너같은 게 무슨 로자리오야?!"
분명 그를 '애비 없는 자식' '불장난'이라 불렀던 그 니콜이었다. 니콜은 마구잡이로 팬던트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키레의 목에 걸려있던 가는 금속 체인은 사정없이 그의 목과 턱에 붉은 줄을 그었고 어린 키레는 괴로워했다.
"난 다 알아! 이 후레자식! 악마의 자식아!"
"무슨 소리야!!"
키레는 악에 받쳐 소리치며 니콜의 얼굴을 할퀴었다. 니콜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로자리오는 가느다란 체인이 끊어져 땅에 떨어졌다. 키레와 니콜은 잠시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로의 얼굴을 노려봤다. 니콜은 키레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소매로 코를 훔쳤다. 커다랗고 파란 눈망울엔 수치심과 고집과 옅은 경멸이 섞여 있었다.
"평소엔 저런 거 하고 다니지도 않았으면서!"
저런 거란 땅에 떨어진 십자가를 말하는 것이었다.
"저거 너네 엄마 꺼지? 너네 엄마는 더러워! 아무한테나 다리 벌리는 창녀야!"
니콜은 소리쳤다.
"너도 그렇게 태어났잖아! 안 그래? 너네 아빠가 누군지 알 게 뭐야!"
"아냐!!"
키레도 소리쳤다.
"엄마는 10년이나 수절했어! 아빠만 기다렸다고 했어! 우리 아빠는 코토미네 리세야!"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소리쳤다. 키레는 니콜에게 덤벼들어 주먹을 날렸다. 키레보다 5cm는 더 큰 니콜은 덩칫값도 못 하고 거의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어딘가에서 어른이 나와 말릴 때까지 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았다.
입술 한 쪽이 부르터서 키레는 안나의 집에 도착했다. 한쪽 손엔 줄이 끊어진 로자리오가 들려 있었다. 안나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집에서 나왔다.
"보름 전이나 일주일 전에?"
그녀는 되물었다. 키레는 그녀에게 자신이 보름 전과 열흘 전, 일주일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
"주로 했던 말이 '나쁜 짓을 했어요'와 '정말 나쁜 짓을 했어요'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녀는 잠시 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신부님 이야기도 했고 너네 엄마 얘기도 했고..."
"신부님요?"
키레가 성급하게 물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내려다봤다.
"그 기억 굳이 찾아서 뭐 하게? 없어도 상관 없잖아."
"신부님이 뭐라고 했는데요?"
키레는 다시금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신부님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어. 하지만 야단치지 않았다고 했고."
안나의 말에 키레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설마 신부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그리고요?"
"엄마의 사과를 나눠먹었다는 이야기도 했지."
안나의 이야기에서 키레는 당최 전체적인 형태를 잡을 수 없었다.
"제가 다른 이야기는 안 했어요?"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탁한 눈으로 키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간 그녀는 티슈 한 장과 루즈처럼 생긴 뭔가를 가져왔다. 티슈로 키레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루즈처럼 생긴 것을 돌려 그의 입가에 묻혔다. 찢어진 부분을 자극해서 아팠지만 키레는 참고 서 있었다. 그녀는 키레의 입가가 훨씬 멀쩡해 보이는 것을 보며 씩 웃었다.
"보이는 건 중요한 거야, 키레."
그녀는 컨실러를 돌려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키레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어쨌거나 자신을 위해 해준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안나에게서 알아낼 수 있는 건 더 없을 것 같았다. 키레는 다시 성당을 향해 뛰었다.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니콜이 말했던 것처럼 오늘 떨어진 로자리오는 그가 원래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받은 기억도 없는 물건을 며칠간이나 자연스레 목에 걸고 있었다. 8일 전의 기억을 5일 전에 잃어버렸다. 교과서와 노트가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신부님은 해줄 것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고해소에서 키레가 울었다고 했다. 키레는 뛰었다. 기대와 불안이 그의 발걸음을 위태할 정도로 가볍게 만들었다. 지독하게 좁고 경사진 골목길이 끝나고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정수리 위로 십자가가 매달린 첩탑 지붕도 나타났다. 그 답이 어떤 것이든 키레는 기억의 결락을 메울 수 있을 것이었다. 관광객들의 발길 사이를 뛰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자 사람들 사이로 신부가 보였다.
"신부님!"
키레는 뛰어갔다. 신부는 고개를 돌려 키레를 보았다. 그는 난처한 얼굴로 그는 키레를 맞이했다.
"어서와라, 키레."
신부의 옆에는 신부복을 입은 또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때를 잘못 맞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는 말없이 서 있는 두 사람의 신부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살폈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건장한 몸을 하고 어딘지 모르게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동양인 신부가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키레라면, 이 아이가...?"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레는 어색함에 몸을 뒤로 뺐다. 원래 알고 지내던 신부가 그의 등을 팔로 받쳤다.
"인사하렴."
신부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키레에게 말했다. 하지만 키레는 그의 입가가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키레는 불안해졌다. 땀이 난 손을 바지에 비볐다. 동양인 신부는 계속해서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원래 있던 신부님은 망설이는 손길로 동양인 신부를 가리켰다.
"네 부친되시는 코토미네 리세 형제님이시다."
예정보다 이틀이나 당겨서 아버지가 돌아왔다. 그 사실이 키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손이 자꾸만 바지춤으로 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신부에게서 만족스러운 대답은 커녕 물어보지도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돌아온 그는 소녀처럼 들뜬 어머니를 앞에 두고 전에없이 깨끗해진 소파에 앉아 둘을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앞에 두고 지극히 냉정했고 어머니는 하고 싶었던 말을 두서없이 내뱉아댔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관심이 없고 어머니가 키레에게 관심이 없는 기묘한 상황은 저녁을 먹을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전에없이 화려하게 차려진 저녁 식탁 앞에서, 생부는 키레의 생모가 하는 말을 교묘히 미끄러뜨리며 "응" 내지는 "그렇군", "수고했소"같은 말을 했고, 키레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신부님의 아내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는 적당히 대답하면서도 시선은 키레에게 머물러 있었고, 키레는 속이 거북했다. 키레는 생부가 때때로 걸어오는 말에 대답은 했지만, 기억이 사라진 것을 들킬 것 같아 긴 대화는 부러 피했다. 마치 기억이 없어진 것을 들키면 그때 했던 나쁜 짓도 같이 들통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버지 앞에 완벽한 아들로 있고 싶었다. 숨막히는 어색한 공기는 자러 방으로 들어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평소보다 늦게 들어온 키레는 불을 끄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엎드려 잠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갈망이 채워짐과 동시에 무언가가 어깨에 잔뜩 매달렸다. 오한과도 비슷한 그 감각을 키레는 애써 무시했다.
아침에 일어나보자 어머니가 머리를 헝클고 네글리제만 입은 채 바깥에 나와 있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던 키레를 향해 "잘 잤니?"라고 말해줬다. 키레는 방으로 향하던 몸을 다시 돌렸다.
"아빠가 할일이 있다고 오늘 좀 늦게 돌아온다고 하더구나. 미사는 오늘은 둘이서만 가야겠다."
키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선지 셋이 같이 있는 게 키레는 불편했다. 그들은 적당히 준비를 마치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 리세의 모습은 없었다.
아버지가 왔든 그렇지 않았든 아마도 리세와 재회하게 된 것에 신에게 감사하고 싶은 심정인지, 어머니는 가장 앞 줄에 가 앉았다. 오늘만큼은 신 앞에 떳떳치 못한 느낌이 들어 키레는 뒷자리 구석으로 숨었다. 어머니는 그의 허벅지를 잡았지만, 몇 마디 하다가 그냥 보내줬다. 그녀는 면사포를 쓰고 미사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열렬히 기도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과장되어 보여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키레의 눈에도 그것은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야, 너네 엄마 왜 저러냐?"
뒤에 있던 안토니오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대략 18세 정도의 소년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우체부로 일하고 있었다. 키가 크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에 주근깨가 많은, 사람들에게 온갖 가쉽들을 떠벌리고 다니는 경박한 녀석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극적이고 나쁜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키레는 눈을 감고 그를 무시했다.
"너네 엄마 요즘 남자 만들었지?"
안토니오는 계속 말했다. 신부님이 들어오고 모두 일어서자 그 입을 잠시 다물었지만, 착석하기 무섭게 또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요새 편지 안 보내던데 그거 남자 생겨서 그런 거 아니냐, 응? 누구랑 붙어먹고 있는데?"
키레는 눈을 꾹 감고 그를 무시하려 애를 썼다.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제발 누구든 저녀석이 입을 다물게 해주길 바랐다.
"너네 엄마 사흘에 한 번은 편지 보냈거든? 우리 애 아빠를 빨리 돌려주세요. 하이구, 뭐 있어야 보내주든지. 그렇게 줄창 보내다가 벌써 2주째 안 보내고 있거든? 분명히 남자가 생긴 거거든. 야, 너 너네 엄마 빠구리 뜨는 거 봤냐? 듣기론 미켈 아저씨랑 바람 났다고 하긴 하더라만, 하긴 뭐, 너네 엄마는 벌써 염문 상대만 열이 넘었구만. 이제와서 새삼... 너하고 붙어먹지 않은 것만 해도 용치."
분노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떨리는 어깨를 억지로 붙잡았다. 미사 중에 또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분했다. 저런 소릴 하는 녀석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녀석을 엉엉 울리고 싶었다. 거칠게 바닥에 쓰러뜨리고 옷을 벗기고 그 위에 올라타 녀석의 성기를 강제로 꺼내 만지는 거다. 녀석이 울면서 그만 하라고 사정해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만져서 성기의 모양이 변해 커지고 딱딱해지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적당한 때가 오면 그걸 자신의 엉덩이에 넣고 흔들어주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안토니오는 울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마치 손 안의 새처럼 퍼덕거렸다. 그에 상관없이 키레는 그의 성기를 범하고 또 범했다. 하얀 물이 나올 때까지. 안토니오가 축 처지면 키레는 만족스레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에 키스를 하며 "입을 함부로 놀린 벌이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키레는 욕지기가 일었다. 자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단 것이 견딜 수가 없었다. 속에서 구토가 일어났다. 여러가지가 머릿속에서 한데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죽은 새, 안나, 안토니오를 쓰러뜨리는 자신, 미로같은 담벼락, 사료를 얻어먹는 치즈색 고양이, 박스 안에 담긴 사과,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니콜, 그리고 순수한 선의로 내미는 아이스크림.
그는 견디지 못하고 입을 막고 성당을 뛰쳐나갔다.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상관 없었다. 그는 정신없이 뛰었다. 뭔가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어머니가 뒤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학교에 도착한 그는 운동장 구석의 흙을, 마치 홀린 듯 파기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서 도착한 어머니가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흙을 팠다. 작은 새의 시체가 나왔음에도 그는 계속 했다. 그도 어머니도 망연자실해졌다. 그 아래서 나온 건 치즈색 털의 고양이 시체였다.
키레는 목놓아 울었다. 그는 기억에 없는 자신이 고양이를 죽여 여기다 묻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의 노트에 쓰인 ---TO가 무엇인지 알았다. GATTO, 이탈리아어로 '고양이' 였다. 눈물이 끝없이 흘렀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끌어안고 허벅지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린 키레는 계속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