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2. 14:38


  술잔을 든 손이 휘청이며 야경을 가리켰다. 흔들리는 술잔에 맞춰 위스키가 출렁였다. 

   "여기엔 여기대로 맛이 있지만 아무래도 비프뢰스트같은 것은 없단 말이지."

  파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터운 근육질의 팔뚝이 다시 돌아와 남은 위스키를 입 속에 털어넣었다. 두툼한 입술이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 끝엔 하임달이 차원의 문을 지키고 있었지. 하임달의 허가만 있으면 우린 어디로든 갈 수 있어. 지금은 부서지고 없지만. 그건 나 때문인가 로키 때문인가... 아무래도 좋아. 거기 이외에도 아스가르드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으니까. 아버지 오딘의 왕좌에 앉으면 7개의 세계를 모두 볼 수 있어. 아버지는 외눈이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내려다보고 계시지... 그래서... 아스가르드는 풍요롭고 아름답고... 아버지께서 마법을 건 맥주는... 하계의 그 어떤 맥주보다 맛있지."

  허스키한 목소리가 꿈을 꾸듯 말을 이었다. 옆에 앉아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스티브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모두가 잠든 밤, 고층 타워의 전면유리로 비치는 달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 보였다. 나지막히 '자네도 그 맛을 봐야해' 하고 읊조리던 토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스티브를 기분 좋게 했다. 완벽하지 않은 정적이 그를 감상적인 기분에 젖게 했다. 

   "내 세계는 평화롭지도 풍요롭지도 않았지만"

  스티브는 토르가 어깨에 기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토르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얼굴 위로 늘어진 머리칼을 걷자 긴 속눈썹과 조각같은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곳은 내가 속해있는 곳이었기에, 퇴색할 일 없이 항상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야. 그리고 그건 토르 자네에게도 그렇겠지."

  스티브는 토르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안았다. 어깨 위로 닿는 체온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스타크 타워의 전면유리로 둥그런 달이 가리거나 왜곡되는 일 없이 비쳤다. 마치 이전의 그때처럼. 





어디서 리퀘로 썼던 스티브 왼쪽 토르 오른쪽. 스티브가 왼쪽으로 갈 수 있는 상대는 토르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토르는 술에 안 취한단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리고 비프뢰스트라고 적어놓은 건 미국식으로는 바이프로스트라고 읽지만 북유럽신화 기반이니까 비프뢰스트라고 적었습니다. 랄까 저는 당연히 비프뢰스트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신화 쪽만 제대로 봤으니까요. 바이프로스트 말 나오는 걸 보고 깜놀. 생각해보면 미국엔 O 위에 점땡땡 붙어있는 그게 없으니 그렇게 읽는구나 싶었습니다. 새로운 발견.

Posted by i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