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해 잠시 써봤던 것. 아주 조금 쓰고 말았음. 왜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귀찮았으니까. 하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오리지널.
김보문은 허겁지겁 관내로 들어왔다. 그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감문위 친구를 찾았다. 그는 이를 갈았다. 관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기억이 없었다. 그는 이리저리 들쑤시며 감문위 소속 이정휘 중랑장 본 적 없느냐고 물어댔다. 그러다가 오히려 금오위 소속의 사관학교 동기에게 허리를 붙잡히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그는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며 물었지만 보문은 그리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일단 어깨로 숨을 쉬던 것을 조금 진정시킨 후에야 비로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반가움의 포옹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윤식!"
"그래, 어딜 그렇게 가는 거야?"
집안이 그렇게 좋지 못 했기 때문에 같은 나이에도 아직 산원에 그친 윤식의 얼굴을 보문은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너 정휘 못 봤냐?"
"정휘? 정휘는 뭐 기강 잡는다고 내내 싸돌아다니니 찾아다니기보단 얌전히 관저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단 걸 알잖아."
윤식이 말했다. 보문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솔직히 성가셨다. 중랑장(현대의 대령에 해당되는 관직) 씩이나 되면서 졸병들 기강이나 잡겠다고 돌아다닌다니,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보문은 한숨을 한 번 더 쉬며 윤식의 팔을 잡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너도 왔냐? 통지서."
"뭐? 무슨 통지서?"
"토지수용 통지서!"
보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윤식은 그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의 금오위 졸병들이 어떻게 볼지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보문은 그의 그런 부분까지 신경써줄 수가 없었다. 윤식은 일단 보문의 팔을 잡고 끌었다.
"가세, 일단 정휘 나으리의 사무실에 가서 기다리도록 하지."
보문은 윤식의 이끌림에 따라 휘적휘적 걸어갔다. 하필 이런 날 햇볕도 따가웠다.
가죽 소파에 푹 기대어 앉아 보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병이 갖다준 물을 마셨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 햇볕 아래를 뛰어다녔다. 그늘에서 찬물을 마시자 그나마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며 느긋함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입고 있는 군복에 통기성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 안은 그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윤식은 그런 그를 맞은편에 앉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야, 미안. 많이 찾았다며!"
문이 열리며 중간보다 약간 큰 듯한 느낌을 주는 장교가 들어왔다. 군인답지 않은 흰 얼굴에 영민한 검은 눈동자를 빛내는 남자였다. 앞에 앉은 두 사람과 동기라기엔 많이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정휘!!"
보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연 군인답게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정휘는 안으로 들어오며 보문에게 손을 흔들었다. 보문은 약간의 원망과 반가움이 섞인 움직임으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어떻게 복계(국경지역)에서 여기까지 왔어? 오래 걸렸을 텐데. 오자마자 어머님도 뵙지 않고 여기부터 온 이유는 또 뭐야? 설마 내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라든가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
정휘가 희미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보문은 짧게 자른 머리를 거친 손길로 흩뜨린 다음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윤식과 정휘는 그 봉투의 궤적을 눈길로만 쫓았다. 겉면엔 "토지수용위원회"의 이름이 파란 잉크로 적혀져 있었다. 보기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윤식은 의아한 눈으로 보문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단 거야?"
보문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김보문 님의 아래 토지가 관공서 건설 부지로 선정되어 수용 예정지가 되었습니다. 동의 여부를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보문은 봉투 하나를 더 꺼냈다.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이 있었습니다. 공시지가에 따라 김보문 님의 땅에 손실보상금 1억 8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며...
윤식은 봉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뭐가 어쨌단 거냐는 눈빛에 보문 대신 정휘가 대답했다.
"이건 이상한데? 날짜가 법으로 지정된 만큼 지나지도 않았고 도착 주소도 자네가 일하는 근무지임에도 자네에게 충분한 시간도 고지도 주지 않았어. 절차 위반으로 취소할 수 있겠는걸. 그보다도 땅은 언제 산거야? 군인전으로는 모자랐던 거야? 모자랄 만은 하지만..."
"내가 언제 땅 보고 다니겠어! 아무리 지금 전시가 아니라곤 하지만 사소한 분쟁은 끊이질 않아! 변변한 휴가 내기도 힘든 마당에 땅은 무슨 얼어죽을 땅? 나한테 땅이 어디 있어?!"
보문이 소리쳤다.
"그럼 이건 뭐야?"
"바로 그 군인전이지!!"
보문이 탁자를 내려쳤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윤식의 앞에 놓여있던 물컵에서 물이 넘쳐 윤식의 무릎을 적셨을 정도였다. 하지만 윤식도 보문도 그런 사실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놀라움에 입을 쩍 벌리고 보문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군인전? 그거 일단 반쯤 국가 귀속인데다 완전히 네 명의도 아니잖아. 월급 대신 월세로 먹고 살라고 줘놓고 그걸 수용하겠다니, 무슨 해괴한 소리야?"
"그러니까!!"
보문의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그는 머리를 쥐어싸며 괴로워했다. 토지 수용이란 국가 공익 사업을 위해 필요한 땅을 동의를 얻어 토지의 주인에게 일정의 가격을 치르고 받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민간 기업이 행정청의 위임을 받아 행정주체로서 그 사무를 행하며, 원만한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정기간을 둔 다음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사항에 따라 적당가의 대가를 치른 다음 토지주의 동의와 관계없이 강제로 수용하고 그 대가로 손실보상을 한다.
"그거 받은 지 얼마나 됐어?"
정휘가 물었다.
"장난해? 오늘 아침에 사인하고 받았어!"
"그럼 됐네. 쟁송 걸지."
정휘가 말하자 보문은 고개를 저었다.
"소송이고 나발이고 난 이거 직접 따져야겠어! 요즘 같은 땐 국가사업에 집행정지 걸어줄지도 의문이고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 같으니까! 이건 정말 말도 안돼!"
보문의 말에 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왜 찾은 거야?"
정휘가 말하자 보문은 다시 한 번 통지서를 보라며 손짓했다. 윤식과 정휘가 다시 한 장씩 통지서를 들고 살펴보았다. 윤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다른 이상한 건 못 느끼겠는데?"
그러나 정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문에게 보냈다.
"이런 걸 찾아내고 제법인데?"
윤식은 다시 통지서로 시선을 돌렸다. 면밀하게 살펴보던 그도 한 순간 탄성을 흘렸다.
"직인이 병부(현대의 국방부 등) 직인이야."
보문이 말하자 셋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분명 이건 지역관청이나 토지수용위원회에서 관장해야할 일이었다. 병부의 직인이 찍힐 이유도 없었고 찍혀서도 안 될 일이었다. 셋 사이에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보문이 정휘와 윤식을 둘러보며 말했다.
“따지긴 내가 따지겠지만 혹시 뭔가 있는지 조사 좀 해줄 수 있겠어?”
보문의 질문에 둘은 잠시 생각하는 척 했다. 그러나 윤식부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미있군! 죄수 하나를 탈주시키면 여기저기 뒤지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지. 부하들이 높으신 나으리들의 추태와 조우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야. 원망 좀 듣겠구만!”
300여 평의 관내 한 구석엔 분명 감옥이 있었다. 마치 스톰윈드의 지하감옥 같은 것이었다.
“우리 부대 산원 중 하나가 대단한 소식통이니 물어보면 정보가 나올지도 모르지. 나도 한 번 힘써 보겠네.”
정휘 역시 가담의 뜻을 나타냈다. 보문은 씩 웃었다. 마치 셋이서 뭉쳐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던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좋아, 나는 일단 병부상서와 판병부사를 찾아뵙겠네. 자네들만 믿겠어!”
그들은 셋이서 주먹을 한 번 부딪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참고로 감문위는 고려시대 국왕친위대, 금오위는 치안 담당으로 현대에선 경찰과 비슷한데, 궁에선 죄수들을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이 어디 소속이었는지는 까먹었습니다.
어쨌거나 2군6위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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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