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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31 아마도 카즈소우...
  2. 2013.04.28 가르마... 제게 가르마를 주세요.
  3. 2013.04.27 오늘도 돌아왔습니다.
  4. 2012.06.23 마루
  5. 2012.06.14 젓가락질
  6. 2012.05.30 이정도는 괜찮겠지?
  7. 2012.05.22 단문
  8. 2012.05.17 ㅎㅎㅎㅎ 2
  9. 2012.04.17 서번트 키레
  10. 2012.04.10 로그정리2
2013. 5. 31. 12:30
 흰색에 가까운 투명한 빛이 가게의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평일 낮, 시계는 시침이 3을, 분침이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님은 모두 돌아가고 가게 안은 구식 목제 인테리어만이 안락한 빛을 내고 있었다. 윤이 나도록 닦인 갈색 카운터와 그 위에 놓인 오래된 나침반 역시 태양빛을 반사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익숙하고 따스한 손길이 볼을 감쌌다. 그리고 익숙한 여자애가 눈을 감고 자신의 입술을 겹쳐왔다. 여자애의 입술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짧은 순간,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여자애의 입술은 곧 내게서 떨어졌다. 
 "피하지 않는구나, 카즈키."
 토오미는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댔다. 진열된 컵과 접시가 화창한 햇볕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토오미 역시 화사하게 웃었다.
 "고마워, 카즈키 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앞치마를 벗어 늘 두던 곳에 걸었다. 진초록색의 앞치마는 토오미의 성격을 반영하듯 오래된 얼룩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기며 멍하니 그녀가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내일 봐."
 토오미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문이 흔들리며 청명한 종소리가 그녀의 자취처럼 남았다. 나는 멍하니 토오미가 나간 쪽을 바라봤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토오미 마야는 편했다. 처음부터 그랬다. 곁에 있으면 언제나 안심할 수 있었다. 혹시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아마 매일 밤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섬을 지킬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마 그 안에서 나는 안락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우시가 그것을 용인해준다면.
 그래,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다. 여태까지 그는 내게 토오미의 존재를 용인해줬다. 하지만 어느 날 내게 토오미와 떨어지라고 한다면?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다.
 생각하는 사이 배달 나갔던 미조구치 씨가 돌아왔다. 이제 문을 잠그고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내 볼일을 보고 돌아오면 됐다. 시침이 3을, 분침이 1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은 분명 소우시의 최적화를 위한 모의전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그 상대를 해야했다. 여기서의 결과에 따라 소우시와 트윈 독 포지션으로 출격하게 될 수도 있었다. 16시를 기해 한 시간동안 테스트를 이행한 후 간단한 메디컬 체크를 거친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예정이었다. 난 왠지 당장 그와 크로싱을 하고 싶었다. 2년이나 연결되어 있던 존재를 되찾음과 동시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이상한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카즈키."
 미조구치 씨가 불렀다. "예?"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내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버릇, 이제 그만 고쳐."
 또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퉁기고 있었다. 예. 순종적인 대답을 하며 앞치마를 벗었다.

 오늘은 전에 없이 날이 화창했다. 어제까지 흐린 날이 계속되었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날씨란 이렇게 일순간에 변하는 것이었나. 예전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또 날씨가 어떻게 될지. 그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바닷가에서 소우시를 발견했다. 시계를 보니 3시 20분이었다.
 "소우시!"
 불렀지만 못 들은 것 같았다. 난 다소 거친 방법으로 언덕길을 최단코스로 단축해 그에게로 다가갔다. 제법 큰 소리가 났을텐데도 그는 내게 곁눈질조차 하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돌아오고나서 가끔 이랬다. 이럴 때면 그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늘 그랬듯 얌전에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바다는 전에 없이 푸르게, 백사장은 눈부시도록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하늘이 시야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한 조각 구름조차 없이, 신기하리만치 파랗고 깊게, 그 위에 있을 우주를 투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이 이상 불쾌해지기 힘들 때까지 침묵이 계속되었다. 시침과 분침은 아직 3과 6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슬슬 가자고 말해야 할까 싶을 때 소우시가 말을 걸어왔다.
 "일찍 나왔군."
 "식당 일이 좀 일찍 끝나서..."
 사실 별로 일찍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대답했다.
 "갈까?"
 그가 겨우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난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소우시가 선행하고 내가 뒤를 따랐다. 이제 하늘이 아름답다든가 하는 소리는 안 해? 그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렸다. 난 이제 쿠루스 미사오의 이야기는 지긋지긋했다.

 「풍향은 남남동 2m/s, 습도 68%, 시계는 더할나위 없이 선명합니다. 테스트 하기 좋은 날이네요.」
 「좋은 날을 골랐네, 미나시로 군. 기본 조작법이나 룰은 다들 숙지하고 있겠지? 카즈키 군과 미나시로 군은 장착된 탄환이 페인트탄임을 확인해 줘.」
 「페인트 탄 확인했습니다.」
 "페인트 탄 확인했습니다."
 「미나시로 군이 출발하고 15초 뒤에 카즈키 군이 출발, 미나시로 군은 카즈키 군에게 잡히지 않도록 15분간 움직인 후 사이렌이 울리면 20분간 휴식. 그 뒤엔 공수 교대해서 같은 테스트를 반복하면 돼. 카즈키 군, 미나시로 군은 실제로 탑승해서 파프너 움직이는 건 처음이니까 살살 해줘.」
 "예."
 살살. 난 아마 소우시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움직이지 말라고 생각하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게 될 터였다. 왠지 반항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소우시의 기체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손을 흔들었다. 크로싱 시스템 때문에 내 생각이 흘러들어갔는지 '다치지 않는 선에서 실전처럼 해달라'는 의지가 흘러왔다. 기우다. 절대 다치게 할 리가 없다.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난 그의 왼쪽 눈을 빼앗고 그의 육신을 무(無)에 이르게 했다. 이미 차고 넘칠만큼 충분했다. 차라리 인간이 아니라 그의 도구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언제나 그의 의도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생각해야만 했다.
사이렌이 울리고 소우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코요나 사쿠라 때와는 달랐다. 그는 8초만에 언덕을 넘어 모습을 숨겼다. 나는 15초가 가득 차길 초조히 기다렸다. 기다림은 마치 바늘의 떨림 같았다. 그건 나침반의 침 같기도 했고 고장난 은색 라디오의 주파수계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계기판의 바늘일지도 몰랐다. 어쩐지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가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7년 반 전의 그 때와 비슷했다.

 4년 전 해가 쨍하던 날, 쿠라마에가 우리반 반장이 되었다. 난 별로 되길 바란 것도 아니면서 켄지에게 표를 던졌다. 쿠라마에는 불편했다. 그녀는 늘 소우시와 붙어 다녔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속삭이고 집에 갈 때도 자주 같이 다녔다. 소우시는 벌써 3년 이상 내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나는 소우시를 피했다. 우린 3년동안 내내 반이 갈렸고 무슨 행사로든 같이 활동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복도에서나 교문에서, 운동장에서 가끔이라도 마주칠 때면 심장이 조여드는 서늘한 죄악감과 긴장감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가 아무 말 없이 스쳐지나 갈 때면 실망과 고통이 온몸을 지배하는 감각을 맛봐야만 했다. 쿠라마에는 그 파편이었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와 마주칠 때면 항상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카즈키, 쿠라마에를 좋아해?"
 코요가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 질문을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황당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코요는 "자주 보고 있길래..."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자주 보고 있었나? 의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나시로 소우시를 피하기 위해 어디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 것처럼. 그가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면 항상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아마 그녀에게도 그런 것이 붙어버렸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소우시의 대리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절대 혼내지 않는 소우시를 대신해 폭로하고 비난하고 힐책하고 몰아세워 죗값을 치르게 해주기를. 3년 반 전, 소중한 눈을 잃어버리게 한 대가를.
 하지만 쿠라마에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우시는 내게 유리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시각 정보 공유를 의식해서인지 그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고, 나도 대충의 위치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소우시를 향해 달려가고 소우시는 견제사격을 가하며 서쪽으로 이동했다. 몸을 굴려 피한 후 나도 소우시를 향해 사격했다. 그는 재빠르게 움직여 탄환을 피했고 나도 그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였다.
 몇 번의 위협사격이 있은 후 거의 따라잡은 나를 쏘기 위해 그가 총을 들어 겨눴고, 나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총신을 위로 쳐내며 어깨로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두 대의 파프너가 동시에 쓰러졌다. 나는 아래에 깔린 소우시의 어깨를 왼손으로 누르며 그의 가슴에 총구를 들이댔다. 
 몇 초간의 정적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길었는지는 알 수 없다. 쏘았다면 아마 금방 휴식시간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쏠 수 없었다. 소우시 역시 움직임이 굳은 채 가만 있었다. 보다 못한 카나메 선생님이 "1라운드 종료! 잠시 휴식!"을 외치고서야 사이렌이 울렸다. 

 "나한텐 페인트탄 하나 못 쏘겠다는 거냐, 카즈키!"
 그는 조용히 쏘아붙였다. 
 "미안..."
 이번만은 미안해 하지 않으면서 사과했다. 나는 그가 테스트 중에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뭐든 그의 기대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가 빤히 쳐다보자 난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실망했다면, 예전처럼 돌아가게 된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휘저었다. 손가락 끝이 저릿해져 주먹을 쥐자 식은땀이 나 있었다.
 "됐어."
 옅은 한숨과 함께 용서의 말이 흘러나왔다. 안도감에 어깨와 허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대기실 의자에 앉은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분명 주저앉았을 터였다.
 그리고 수 분간 서로 말이 없었다. 소우시도 나도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같이 놀 때도 이렇게 종종 침묵하곤 했다. 침묵은 오히려 괜찮았다. 말보다도 공기를 통해서 전달될 때가 오해가 적을 때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소우시는 날 좋아했다. 그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기 때문인지 내가 파프너의 파일럿이어서인지 섬을 지키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쿠라마에가 살아있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쿠라마에였을 것이다. 슬쩍 들여다본 적성 성적은 쿠라마에 쪽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쿠라마에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소우시를 훔쳐보았다. 시나제틱 수츠는 온몸의 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어깨, 허리, 허벅지와 둔부 측면은 아예 직접적으로 피부를 노출시키고 있었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수츠의 색상은 그의 밝은 갈색 머리카락과 흰 피부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난 왠지 토오미 마야가 생각났다.
 "소우시, 토오미와 사귀어도 괜찮을까?"
 내 질문에 소우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날 돌아보는 얼굴은 조금 질린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는 왜 그런 걸 자신에게 묻는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판단해, 카즈키."
 소우시의 대답에 난 왠지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닷가에서 우연히 나침반을 주운 적이 있었다. 우린 나침반을 사용하는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나침반이란 건 그저 지식으로서 갖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신기한 마음에 그걸 들고 걸어보았다. 붉은 쪽이 북쪽, 파란 쪽이 남쪽. 하지만 태양을 기준으로 방향을 재어봤을 때 남쪽과 북쪽이 맞지 않았다. 태양은 틀리지 않는다. 나침반은 항상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나침반이 고장난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소우시는 바닷가에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었다. 쿠루스 미사오인가? 코요일지도 모른다. 그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소우시의 목소리에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5년만에 말을 걸어 내게 파프너에 타 적과 싸우라고 했을 때 내가 안심했던 것처럼. 
 소우시는 사실 좋은 녀석이다. 다정하고, 마음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마음을 맞대어 보면 그정도 사실은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과정에서였든 자신의 한쪽 눈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장본인을 용서하다 못해 고맙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녀석이다. 적이었던 페스툼을 축복하고 그들의 축복을 받아 무의 세계로 돌아갔으면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의지가 있는 녀석이었다. 누구라도 그를 좋아하고 그는 누구라도 용서할 수 있었다.
 오로지 나만이, 한쪽 눈을 빼앗고 손안에서 그의 육체를 잃었던 나만이 그의 앞에서 죄인이 되었다. 목숨으로밖에 갚지 못할 부채는 내 모든 나침반이 그에게로 향하게끔 만들었다. 내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모든 세계가 섬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사내를 중심으로. 그가 미나시로 츠바키를 숭배하였듯 나도 그를 숭배하고 그가 지키려는 섬을 나도 지킨다. 모든 것들은 그의 바람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풍족하게, 그리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의 안에는 많은 존재들이 있다. 쇼코, 코요, 쿠르스, 마모루, 미치오 형,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스테프들. 섬에서 죽어간 많은 생명들. 그리고 페스툼. 그것들은 모두 내것이 되어간다. 싫어하면서, 또 사랑하면서. 
 "카즈키."
 그가 이름을 불러주었다. 마음의 침이 가늘게 떨렸다. 
 "응, 소우시."
 나는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더 말이 없었다. 계속해서 바다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소우시가 불편했다. 그가 눈앞에 없을 때도 난 그를 계속해서 생각해야만 했다. 그의 목소리가 날 움직였다. 날 주눅들게 만들고 움츠러들게 만들며 다른 것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날 향할 리가 없는 나침반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그의 말에만 귀기울이게 만들었다.
 "소우시."
 그를 불렀다.
 "응, 카즈키."
 그가 대답했다. 
 오늘은 왠지 어제와 같은 불쾌한 기분을 벗어나 그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제처럼 높고 맑은 하늘이었다. 마치 쿠루스 미사오가 보여줬던 그 기억 속의 하늘과 비슷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미나시로 소우시가 보고 있는 하늘이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어쩌면 난 사람으로서 인격보다는 그에게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나 그의 집에 묶인 개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 '어쩌면 코요에게 말을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바다에, 하늘에 말을 거는 그의 옆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가끔 옆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언제 왔냐는 듯 툭 말을 걸어온다.' 같은 문장을 연습장에다가 썼지만 흐름상 빠졌어요. 

 카즈키와 소우시는 서로 부를 때 대답을 "응?"이라든가 "왜?"라든가 하는 말을 하기보다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서 이런 식으로 쓰긴 했는데... 사실은 최애는 카스가이 코요와 쿠루스 미사오라는 점이 함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소하게 해설하자면 시나제틱 수츠를 입은 걸 보고 마야를 떠올린 건 '엇, 야해' => 키스하고 싶당 -> 그러고보니 마야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으로, 별 뜻은 없습니다.

사실은 쿠라마에를 비롯한 소우시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에 질투하는 것을 써보고 싶었는데 안 됐어요... 극장판 카즈키는 정말 그래줄 것 같았는데 안 됐어요.. 평소보다 좀 섬세한 것을 써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안됐어요.. 괜찮아요, 그냥 하룻동안 의식의 흐름을 따라 줄줄 써내려간 것 치곤 괜찮은 편일 거라고 생각...을... 해야하는데...

여튼 그래서 흐름에 맥락따윈 없습니다. 누구라도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엑소더스 빨리 나와라

Posted by inly
2013. 4. 28. 22:56

누구라도 좋아요. 제게 가르마를 주세요... 전 이제 샤아가르마든 가르마샤아든 샤아가르마샤아든 상관하지 않아요 일단 가르마를 제게 주세요(시름시름)

사실 양쪽이 거의 적절하게 믹스된 입장이라 일단 가르마X샤아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쪽이라고 말하기에도 저쪽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이 포지션입니다. 정신적으로는 확실히 샤아X가르마고 육체적으로는 가르마X샤아를 표방하고 있지만 적절히... 사실 리버스 상관 없어요. 가르마가 여자가 되지만 않으면... (......)


여튼 그렇습니다. 동료가 시급합니다. 동료... 시름시름.

Posted by inly
2013. 4. 27. 00:02


이제 텍사스 콜로니 가기 직전 나이를 정확히 알아서 그리기가 쉬워졌어요.




분명 난 가르마샤아였던 것 같은데 어찌된 셈인지 최근엔 어린 샤아X가르마X어른 샤아가 참 좋습니다. 기차놀이적 의미입니다.


Posted by inly
2012. 6. 23. 15:05




우리 귀요미 우쭈쭈쭈쭈
근데 반전은 열 살 할배라는 것
Posted by inly
2012. 6. 14. 21:26

 스티브는 당황했다. 그는 냅킨으로 서둘러 셔츠에 묻은 붉은 점들을 닦아냈다. 이게 뭐라고 했더라. 고추장 소스랬던가? 잔뜩 헤집어놓은 그릇 안에는 아직 반도 먹지 못한 면발과 야채들이 들어 있었다. 입안은 얼얼하고 벌써 물만 네 컵째 들이킨지라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다.

  "오웃, 절경이로군. 어딜 여행해도 이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맞은편에서 스타크가 이죽거렸다. 스티브는 그를 쏘아보곤 다시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들기가 무섭게 젓가락 한 쪽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토니 스타크는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티브는 한숨을 쉬었다. 점심 초대에 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긴 속눈썹을 내리고 잠시 화를 참았다.

 2시간 전, 막 잡은 범죄자를 경찰에게 넘겨준 스티브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토니 스타크였다. 그는 평소처럼 가볍기 짝이 없는 말투로 그에게 앞으로의 스케줄을 물었다. 하던 일 계속 하고 있을 거라고 얘기했더니 "별 스케줄 없네. 점심이나 먹지."라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해왔다. 거절의 말을 하기도 전에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티브는 이국적인 이름의 식당을 약속 시간에 맞춰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사단이다.

  "캡, 결식아동을 생각하며 이 음식을 낭비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음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주제에 잘도 복지를 논하는군."

 스티브는 베시시 웃는 토니의 얼굴을 한 번 흘겨보곤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 몹시 매운 듯 얼굴이 붉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쫄면에 젓가락을 박았다. 고아로 자랐고 군인으로 40년대를 보낸 그가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식 - 그 중에서도 메뉴가 쫄면정도 되어서야, 그가 고전하는 것도 당연했다. 붉은 소스로 미끌거리는 면발을 가까스로 집은 스티브는 신중하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면발이 미끄러지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그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우그럭.

 토니는 순간 먹고있던 불고기를 내뿜을 뻔 했다. 그것은 마치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피터 파커가 캡틴 아메리카의 움직임에 대해 표현한 '부드럽고, 빠르고, 치명적이고 민첩한 발레. 그리고 강력하기도 한' 구절 그대로 부드럽고 빠르고 치명적이고 민첩하며 우아하고 강력한 손길로 그는 쫄면을 집어든 젓가락을 우그러뜨렸다. 물론 쫄면은 그릇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 젓가락 값은 변상해야겠지."

 토니 스타크는 그의 미간 사이의 주름을 보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식당 안의 사람들이 그를 흘끔흘끔 쳐다봤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와중에 스티브의 '젓가락' 발음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그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젓가락 발음만큼 젓가락질을 좀 잘 해봐! 천하의 수퍼솔저가!"

  "그래, 자네 체술만큼 내 젓가락질이 엉망이란 건 인정하지."

 그는 식탁 구석에서 새 젓가락 한 쌍을 꺼냈다. 토니는 낄낄 웃으며 그의 젓가락을 낚아챘다.

  "이러다 점심이 저녁 되겠어. 내가 먹여주지."

  "...... 새 메뉴를 시키는 게 낫지 않겠나?"

  "음식쓰레기가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거야, 캡?"

 토니의 정론 아닌 정론에 스티브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입을 벌렸다. 토니는 능숙한 젓가락질로 쫄면을 들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스티브는 면발을 빨아들인 다음 어색한 얼굴로 우물거렸다. 토니는 그의 입술에 묻은 붉은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나의 체술이 그렇게 엉망인지는 침대에서 가늠해보는 게 어때?"

 스티브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켈록거렸다. 콜? 대답을 재촉하는 토니의 눈빛을 외면한 채 스티브는 아주머니를 불러 포크를 달라 주문했다. 

  덕분에 그는 어색한 젓가락질에서는 해방될 수 있었으나 정색하는 토니를 달래느라 3시간을 쇼핑에 동참해준 다음 양쪽 팔에 백을 주렁주렁 매단 채 자신의 방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토니는 다음번에 중식당으로 스티브를 불렀을 때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그를 발견하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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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리퀘받았던 것. 어설프게 면 먹는 스티브. 

원래는 포크로 파스타를 어설프게 먹는 스티브를 보고 싶다는 뉘앙스였지만, 그래도 서양인인데 파스타를 못 먹어서 고생하는 스팁은 좀 애매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젓가락질로....... .............

4개국어도 하는데 포크질쯤은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뭐 그냥 그랬다고요. 연성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엔 소비러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inly
2012. 5. 30. 14:53

약간 수위가 있어서 접어놓습니다. 앤서니X스티브 섹드립 개그. 어디서 리퀘 받았던 것.




Posted by inly
2012. 5. 22. 14:38


  술잔을 든 손이 휘청이며 야경을 가리켰다. 흔들리는 술잔에 맞춰 위스키가 출렁였다. 

   "여기엔 여기대로 맛이 있지만 아무래도 비프뢰스트같은 것은 없단 말이지."

  파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터운 근육질의 팔뚝이 다시 돌아와 남은 위스키를 입 속에 털어넣었다. 두툼한 입술이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 끝엔 하임달이 차원의 문을 지키고 있었지. 하임달의 허가만 있으면 우린 어디로든 갈 수 있어. 지금은 부서지고 없지만. 그건 나 때문인가 로키 때문인가... 아무래도 좋아. 거기 이외에도 아스가르드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으니까. 아버지 오딘의 왕좌에 앉으면 7개의 세계를 모두 볼 수 있어. 아버지는 외눈이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내려다보고 계시지... 그래서... 아스가르드는 풍요롭고 아름답고... 아버지께서 마법을 건 맥주는... 하계의 그 어떤 맥주보다 맛있지."

  허스키한 목소리가 꿈을 꾸듯 말을 이었다. 옆에 앉아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스티브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모두가 잠든 밤, 고층 타워의 전면유리로 비치는 달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 보였다. 나지막히 '자네도 그 맛을 봐야해' 하고 읊조리던 토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스티브를 기분 좋게 했다. 완벽하지 않은 정적이 그를 감상적인 기분에 젖게 했다. 

   "내 세계는 평화롭지도 풍요롭지도 않았지만"

  스티브는 토르가 어깨에 기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토르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얼굴 위로 늘어진 머리칼을 걷자 긴 속눈썹과 조각같은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곳은 내가 속해있는 곳이었기에, 퇴색할 일 없이 항상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야. 그리고 그건 토르 자네에게도 그렇겠지."

  스티브는 토르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안았다. 어깨 위로 닿는 체온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스타크 타워의 전면유리로 둥그런 달이 가리거나 왜곡되는 일 없이 비쳤다. 마치 이전의 그때처럼. 





어디서 리퀘로 썼던 스티브 왼쪽 토르 오른쪽. 스티브가 왼쪽으로 갈 수 있는 상대는 토르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토르는 술에 안 취한단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리고 비프뢰스트라고 적어놓은 건 미국식으로는 바이프로스트라고 읽지만 북유럽신화 기반이니까 비프뢰스트라고 적었습니다. 랄까 저는 당연히 비프뢰스트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신화 쪽만 제대로 봤으니까요. 바이프로스트 말 나오는 걸 보고 깜놀. 생각해보면 미국엔 O 위에 점땡땡 붙어있는 그게 없으니 그렇게 읽는구나 싶었습니다. 새로운 발견.

Posted by inly
2012. 5. 17. 01:13



  석양이 지고 있었다. 매끈하기 그지없는 빌딩들이 모두 한 가지 색으로 빛나고, 그 사이로 보랏빛 땅거미가 슬금슬금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빌딩의 머리 위에 얹힌 가뿐한 새털구름이 한결 풍취를 더했다.
  하얀 식탁보 위엔 두툼한 스테이크가 셋팅되어 있었다. 구운 당근이며 브로콜리며 모든 것들이 생각했던 대로 놓여져 있었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는 자신이 차린 식탁에 만족했다. 
  "상대가 당신만 아니었다면 딱 좋았을텐데 말이야."
  토니는 포크를 들어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는 짧은 금발을 단정하게 정리한 미남이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포크와 나이프를 든 손엔 팔꿈치 근처까지 오는 투박한 붉은 장갑을 끼고 전반적으로 비비드 블루의 타이츠를 입고 있었다. 가슴팍엔 흰 별dl 박혀 있었고 복부엔 붉은 색과 흰 색의 스트라이프가 교차되고 있었다. 다만 그런 촌스러운 디자인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미남이었고 썩 몸매가 좋았다. 
  "난 버거 세트 하나면 충분했어."
  "나도 벌써 콜레스테롤 걱정하는데 노인네는 더 신경써야지. 안 그래?"
 토니는 그에게 와인을 더 따라주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와인이 잔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봤다. 토니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았다. 긴 속눈썹과 투명하리만치 파란 눈동자는 같은 남자가 봐도 감탄할만 했다. 
  "맛있군. 고마워."
  우아한 솜씨로 고기를 자르며 그는 말했다. 
  "말이야 말이지, 이건 내 비장의 무기인데 맞은 편에 앉아있는 게 파란 쫄쫄이 입은 덩치 좋은 남자라니, 말이 돼?"
  그 말을 하자 토니는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탁, 딱 두 개만 셋팅된 의자, 전에없이 아름다운 바깥 전경, 그리고 맞은 편에 앉은 것은 페퍼도 아리따운 아가씨도 아닌 글래머러스한 남자라니, 이 참을 수 없는 간극에 터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토니는 소리내서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전염된 것인지 맞은 편의 남자도 작게 웃었다. 그러자 토니는 웃음을 멈췄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았다.
  "......? 스타크, 내 얼굴에 뭐라도...?"
  토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술을 퍼마시다가 아크리액터에 대한 새로운 고찰의 증명식이 생각나 다이어리 여백에 적다가 공백이 모자라 나머지는 생략했는데 실은 아무래도 그걸 까먹은 것 같아. 알콜로 인한 단기기억상실이 치매의 일종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치매의 일종이 맞는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내가 치매에 걸려도 닉 퓨리보단 똑똑할 거란 자신이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잔에 따라놓은 와인을 급하게 한 모금 들이켰다. 눈동자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커다란 눈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사실 그는 당황했다. 맞은 편에 앉은 남자의 용모가 준수해서라거나 뭔가 못 볼 것을 봤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놀랐기 때문이었다. 캡틴 아메리카 - 맞은 편의 남자가 살짝 웃은 것으로 그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를 만난 지 대략 2개월째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맞은 편의 남자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아니, 토니 스타크는 그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웃긴 웃었겠지, 그가 보지 않는 곳에서.
  "캡, 사람이 웃지 않고도 지낼 수 있나?"
  토니가 물었다.
  "?? 글쎄, 지낼 수는 있겠지만 불편하겠지."
  스티브는 대답을 하곤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들고있던 포크와 나이프가 아래로 쳐졌다. 그는 토니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챘다.
  "나도 웃는 걸 싫어해서 그러는 건 아냐. 다만 아직은 적응이 필요할 뿐이야."
  "그런 소릴 자주 들었나봐?"
  "닉 퓨리와 블랙 위도우와 아파트 주민들과 방금 자네까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토니는 당황하며 손사래질을 쳤다. 
  "아니아니, 굳이 억지로 웃으라는 건 아니야. 난 그저..."
  토니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정리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다시 그가 알던 평소의 스티브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닉 퓨리도 블랙 위도우도 아파트 주민들도 그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 했다니 왠지 모를 만족감이 들었다. 그들은 보지 못했을 그의 미소는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었다.
  "그저 웃는 얼굴이 더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토니는 그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더... 뭐랄까, 더 아름다운 느낌을 줘."
  토니는 말하고선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맙소사 내가 뭐라고 한 거야? 말해놓고 스스로 당황하는 토니의 모습을 보고선 스티브는 피식하고 웃었다. 이번엔 고른 치아까지 드러냈다. 토니는 그제서야 자신이 찾던 표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사랑스러웠다. 이 모든 감정은 사랑스러움이었다. 그는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먹고있는 접시를 비울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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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리퀘 받았던 것.

Posted by inly
2012. 4. 17. 01:52

약간, 혼자서 놀자!! 하며 쓰는 경향이 강한 어떤 것입니다.

봐주시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아도 사실은 상관은 없습니다. 아마 이쪽 관련 이야기가 앞으로 종종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뭐 그런 물건입니다!!!






Posted by inly
2012. 4. 10. 15:39

페이트 관련은 이쪽으로 몰아볼까 싶어서 따로 뺐는데 숫자는 정말 적어요... 정말정말 적습니다.




Posted by inly